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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만남과 친해지고 싶다면, 왕십리 ‘여우주막’으로
    이번주의 맛집/시작, 친해지기 좋은 음식 2020. 5. 4. 11:00

     

    새로운 만남 후에는 자연적으로 왠지 모를 어색함이 흐른다. 그럴 땐, 왕십리 여우주막에서 막걸리 한 잔으로 어색함을 씻어 내리는 것이 어떨까?

     

     

     

     이 곳 ‘여우주막’ 은 구리에 본점을 두고 있는 퓨전식 술집으로 팔도의 다양한 상차림과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지옥불닭볶음탕. 말 그대로 지옥의 맛이고, 지옥의 시간이다. 사람이 많은 저녁시간이긴 했지만, 주문한지 40분이 지나서야 나왔고, 그 마저도 압력솥에 나와 압축된 공기를 빼고, 채소와 같이 조리하기까지 거진 1시간은 걸린 것 같다. 맛은 보통맛, 매운맛, 불맛이 있고, 청춘의 식사팀과의 첫만남이기에 땀을 뻘뻘 흘리고 싶지 않아 보통맛을 택하여 먹었다.

     

     

     

     고구마, 만두, 버섯, 파, 튀긴 꽃빵 등 다양한 재료와 살짝 매콤한 맛의 닭도리탕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안성맞춤인 식사였다. 주변 상권이 저렴한 상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만 원이라는 가격에 꽤나 푸짐한 양이 나와 만족스러웠다. 함께 시켜먹은 감자치즈전도 치즈의 양이 많아 닭도리탕과 함께 먹기는 좋았으나, 감자의 양이 너무 적어 감자전 본연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성비 또한 좀 떨어진다.

     

     

     

     

    좋은 음식에는 좋은 술이 따라야 하는 법.

     

    어떤 막걸리를 마셔볼까 고민하다가 막걸리 샘플러라는 메뉴를 시켜보았다. 3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막걸리 5가지나 시음할 수 있어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샘플러에는 ‘지평생막걸리’ ‘가평 잣 막걸리’,‘옥수수 동동주’‘’ 밤막걸리’ ‘호박막걸리’가 나온다. 지평생막걸리는 워낙 유명하고 기본 막걸리인 만큼 맛이 깔끔하고, 톡 쏘는 맛이 있으며 끝 맛에 약간의 단향이 감돈다. 그에 비해 가평잣막걸리는 부드럽고, 끝에 진한 잣의 향이 맴돈다. 마치 조선시대 임금님이 즐겨 마셨을 것 같은 고급스러운 맛이라 괜스레 더 음미하며 마셨다. 옥수수 동동주는 옥수수 향이 첨가되어, 매우 부드럽고 달다. 옥수수 본연의 향은 아니지만,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코 안쪽으로 달달한 향이 부드럽게 퍼진다. 밤 막걸리도 옥수수 동동주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달고, 매우 부드러웠다. 하지만, 옥수수 동동주에 비해 밤 본연의 향이 강하고 끝에 톡 쏘는 맛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맛의 시작과 끝이 대비되어 매력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호박막걸리는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막걸리였다. 색이 매우 노란색이라, 인공적인 호박의 맛을 상상하였으나, 예상한 맛과 전혀 달랐다. 호박의 단맛이 집중해서 먹어야 느껴질 정도로 매우 약하며, 대신 풀향과 같은 풋풋한 맛이 난다. 풋풋한 와중에 단맛을 놓치지 않아 부드럽고 맛있는 막걸리였다.

     

     모든 샘플링을 마친 후, 우리는 달달한 딸기 생과일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술을 못 마시는 청춘의 식사 멤버가 마치 스무디 같다며 연거푸 몇 잔을 마셨다. 술 자체를 좋아하지 않거나, 술의 쓴 맛을 불쾌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곳의 생과일 막걸리를 꼭 마셔 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달달한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소주도 구비되어 있다.

     

     우리 청춘들의 첫 식사는 그렇게 기분 좋은 알딸딸함과 함께 마쳤다. 몰랐던 사람과 사람이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은 매우 순간적인 것에 비해 매우 어렵다. 그런 순간에 좋은 음식이 함께 한다면 엉킨 실타래같은 어색함이 조금은 느슨해진다. 여우주막이 그랬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여우주막의 장단점이 우리의 첫 만남, 우리의 첫 식사에 좋은 대화 거리를 안겨주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니, 새로운 만남과 친해지고 싶다면, 여기 왕십리 여우주막으로!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행당동 19-84번지

    Editor. 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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