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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남부의 맛, <샤이바나>
    이번주의 맛집/미국 남부에서. 2020. 6. 12. 12:00

     

     '지금이 아니고서야 언제 그들의 식문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까.'

     

     우리 <청춘의 식사>의 팀원 중 한 명이 던진 질문이다. 이 시점이 아니라면 언제?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영상이나 기사로나마 접하게 되며 우리는 평소보다 깊은 주제를 가지고 맛집을 선정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우리가 가게 된 음식점은 삼성역 코엑스 내 메가박스 부근에 위치한 <샤이바나(SHY BANA)>였다. 

     

     

     

     

     

     

     메뉴 설명부터 다소 재미난 이 집의 테마는 바로 '미국 남부식 가정식'. 사진만 봐도 고칼로리가 예상되는 이 음식들 중에 무엇을 시켜야 후회가 없을까 고민해본다. 특히 '직원들끼리 만들어 먹다가 고객님께 미안해서' 정식 메뉴로 결정하게 됐다는 치즈 러버 스파게티는 그 맛이 얼마나 뛰어날지 기대하게 했다. 

     

     

     

     

     

     우리는 다양한 메뉴 중 '치즈 러버 스파게티', '로스트 치킨 플레이트', '자이언트 밋 볼 스파게티', '맥 앤 치즈', '코울슬로' 그리고 음료로 '후루츠 티'를 주문했다. 

     야채라고는 소스가 범벅된 코울슬로뿐인 노란빛 식탁. 군침을 돌게 하는 황금빛 음식들에 저마다 입맛을 다시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하마터면 사진 촬영도 하기 전 먼저 포크를 들고 스파게티로 돌진하는 만행을 벌일 뻔했다. 그렇게 이 음식들은 본분을 잊게 할 정도로 생김새가 좋다. 

     

     

     

     

    자이언트 밋볼 스파게티

     

     

     반으로 갈린 자이언트 미트볼의 내부를 보라. 속을 채우고 있는 치즈가 일본식 오므라이스를 반으로 가르는 영상을 봤을 때 이상으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스파게티 면은 케첩의 달달한 맛이 강해 중독성이 짙다. 소복이 올려진 파마산 치즈와 함께 스파게티를 돌돌 말에 입에 넣었을 때는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맛이다'라는 문장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로스트 치킨 플레이트는 어떨까? 퍽퍽살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걱정이 먼저 됐으나, 치킨은 생각했던 것보다 부드럽게 잘 씹혔으며 함께 나온 바비큐 소스 역시 담백한 치킨에 맛을 더해줬다. 가볍게 얹힌 사워크림 또한 로스트 치킨과 잘 어우러져 평균 이상을 맛을 내고 있었다. 

     

     

     

     

     

     고대하고 고대했던 치즈러버 스파게티. 기대했던 만큼 상당히 맛이 좋았던 치즈 스파게티여서 그런지 우리가 주문한 메뉴 중 가장 그릇이 빨리 비워진 메뉴이기도 하다. 특히나 스파게티 면을 다 먹고 나서도 그 소스의 맛이 매우 강렬해, 일제히 스푼을 들고 남은 소스를 퍼먹는다. 미트볼 조각에 치즈 스파게티 소스를 올려 먹으면 느끼하지만 매력적인 풍미가 더해져 미트볼 맛이 좀 전과는 또 다른 맛으로 느껴진다. 

     

     

     

     

     

     치즈러버 스파게티와 미트볼 스파게티로 입이 느끼할 때 즈음 양배추로 만든 아삭하고 상큼한 코울슬로를 먹어보자. 마요네즈의 적절한 신 맛이 혀를 찌른다. 상큼함을 맛봤다면 이제 다시 느끼한 것을 먹을 차례. 산처럼 쌓인 마카로니를 한 입 먹으면, 미국에 가 본 적이 없음에도 '이건 미국 남부의 맛이야!'라고 외치게 될 것이다. 이전에 개인적으로 먹었던 맥 앤 치즈나, 학교 급식으로 나왔던 마카로니와는 영 다른 느낌의 메뉴. 꾸덕한 치즈 맛이 강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치즈를 이렇게 담백하게 먹을 수 있구나 싶어 진다. 

     

     

     

     

     

     주메뉴들의 그릇을 다 비운 뒤에는 후루츠 티로 입가심을 한다. 언뜻 커피로 보이는 후루츠 티는 레몬 혹은 오렌지류의 달콤한 향이 짙게 난다. 어떤 방식으로 만든 지는 몰라도 과하지 않고 더위와 느끼함을 적당 달래 줄 수 있어 계속 손이 가는 마약 같은 음료! 남부 본토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샤이바나>로 오라.

     

     

     

     

     

     

     

     

    Editor.55

     

    붙임.

    코로나19의 여파가 가시기는커녕, 아직도 이곳저곳에서 두더지 게임처럼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또다시 심란한 일들이 발생했다. 흑인 과잉 진압과 그동안의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인종차별을 원인으로 한 대규모 시위는 요 몇 주 계속해서 화두에 오르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알아보기 위한 시도로 미국 남부 식당을 찾아가 보았으나, 가슴에 남은 어떤 불편함과 머릿속을 헤매는 무수한 생각들을 풀어내기는 음식으로도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치즈가 음식에 섞이는 것처럼, 소스가 치킨에 어우러지는 것처럼 '색깔' 따위의 구분 없이 그냥 그렇게 모든 사람도 적당히 섞여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도 어쩌면 아직 세상 덜 산 젊은이의 나이브함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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