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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번째 이야기 ‘1인용 식탁’
    음식에 대하여/두산인문극장 2020 : FOOD 2020. 6. 2. 16:49

    ( 출처 두산아트센터 )

     

     

     두산아트센터는 2007년 두산 창업 111년을 기념하여 개관되었다. 그 후 두산은 2013년부터 두산 인문 극장을 통해 매년 하나를 주제에 대해 다양한 공연, 전시, 강연, 영화 상영 등을 진행한다. 보통 두산은 예외, 이타주의, 갈등 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주제를 선정하는 편인데, 2020년에는 “푸드 FOOD”가 주제로 선정되었다.

     

     

     

     FOOD의 첫 시작은 <1인용 식탁> 이라는 연극이다. 보통 연극은 유료로 진행이 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부 무료로 진행되었다. 연극 <1인용 식탁>은 윤고은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이오진 극작가와 이기쁨 연출가가 참여하였다. 작품의 주제는 ‘혼밥’이다. 혼밥은 현재 하나의 식사방법으로 점차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낯설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몇몇 사람들은 혼밥을 부끄러워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에 해결하고자 한다.

     

     <1인용 식탁>의 주인공, 오인용이 그렇다. 그녀는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해 점심이면 혼자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에서 끼니를 대충 때우고는 했다. 그런 인용의 앞에 혼자 밥을 먹는 법에 대해 가르쳐 주는 학원 전단지가 날아들고, 그녀는 결국 학원에 등록하기에 이르고 만다.

     

     

     

     

     공연장에 입장하면, 연극이 시작되기 전까지 인용이 표정없이 유튜브를 보며 혼자 밥을 먹는 장면을 약 20여분 정도 보여준다. 그 후 연극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1인용 식탁>은 사람의 인생을 복싱에 비유한다. 인생은 끊임없는 스파링 위 같으며 적당한 훅과 가드가 필요하고, 때로는 제대로 가드 할 줄 아는 것이 훅보다 더 강력한 한 방이라고 이야기한다.

     

     

     

     

     인용이 학원에서 배우는 혼자 밥 먹는 법도 복싱의 리듬과 연관이 깊다. 학원은 “원 투 원 투” 마치 리듬에 맞춰 잽을 날리는 것처럼 “강 약 약 중간 약 약” 메트로놈의 리듬에 맞추어 밥을 먹는 법을 알려준다.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인용이 회사사람들과 점심을 먹어야만 했을 때, 학원에서 배운 리듬에 쌀국수를 먹는 것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회사 직원들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던 장면이었다. 인용이 학원이 정한 리듬에 압도당한 것이다.

     

     혼밥학원에서는 모든 수업을 완료하고, 시험에 통과하면 수료증을 준다. 하지만, 불행히도 수료증을 받는 수강생의 비율은 전체 수강생의 15%도 되지 않는다. 인용은 너무 긴장했던 나머지 시험을 망쳤고, 수료증을 받을 수 없었다. 인용이
    재수강을 고민하던 그 때, 평소 인용에게 말을 걸던 수강생이 사실은 이미 수료증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수료증도 있고, 혼밥도 잘할 수 있지만, 다른 수강생들 또한 자신처럼 혼밥을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고 있었다.

     

     인용 또한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용기를 냈다. 재수강의 여부는 따로 언급하지 않지만, 그녀가 고깃집에서 메트로놈도, 학원에서 정해준 리듬도 없이 혼자 식사하는 장면을 통해 그녀가 진정으로 자신만의 리듬 속에서 혼자 식사하는 법을 터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기 먹는 장면의 연출이 참 특이했다. 워낙 소규모 극장에서의 작은 연극이라 소품의 사용이 적은 편이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책상이 등장했다. 실제로 인용, 혼밥의 달인, 학원 보조강사, 학원 수강생이 등장해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을 마셨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지했지만, 함께 식사하지 않았다. 심지어 제일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학원 수강생은 항상 인용과 학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 했는데, 고깃집에서 인용을 마주치고도 그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식사를 이어간다.

     

     인용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은 것은 결국 그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혼자 식사하는 법을 터득하고, 고깃집에서 혼밥을 했을 때 조차도 그녀는 타인과 함께하지 않으면서 함께하고 있었다. 사회는 개개인이 모인 집단이다. 과거 인용은 ‘집단’에 중심을 두고 있었지만, 혼자 식사하는 법을 통해 ‘개개인’의 영역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1인용 식탁>의 이오진 극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제 몫의 식탁이 있다. 함부로 당신의 식탁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드문드문 당신의 안부를 물으며 살고 싶다”


     혼자 먹는 식탁도, 타인과 함께 하는 식탁도 다 괜찮다. 우리는 혼자이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것은 ‘혼자’의 식사를 침범하지 않고 존중해 주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당신의 식탁은 어떠한가. 당신의 식탁도 인용의 식탁처럼 나만의 리듬 속에서 타인에 의해 침범 당하지 않은 즐거운 식탁이기를 바라본다.

     

     

     

     

     

     

     

     

     

    Editor. 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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