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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사’의 의미
    My Soul Food 2021. 1. 9. 21:43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음식, 혹은 소울 푸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제일은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제일 많이 먹고 있는 집밥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입맛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엄마의 음식. 하지만 본디 집밥이란 막상 자세하게 소개하려고 하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 엄마의 음식을 제외하고 어떤 다른 음식들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의 인생에 잠시 머물렀던 다른 음식들을 떠올려보자, 여행에 가서 먹었던 음식들이 생각이 났다.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은 다른 음식들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매일 보던 풍경에서 매일 먹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의 새로운 음식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다.

     

    나는 제주도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유명 관광지들만 방문해서 제주도의 매력을 잘 몰랐지만, 성인이 되어 내가 주도하고 계획한 여행을 다닐 때 방문한 제주도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제주도와는 확연히 달랐다. 제주도는 다른 도시들과 다른,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주도 여행을 떠올릴 때 기억이 나는 몇 개의 순간과 음식이 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섬 내에서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억새들을 본 적이 있다. 차도 바로 옆에 그렇게 많이 피어 있는 것이 신기해 차를 잠시 주차해두고 내렸다. 내려서 보니 그 풍광은 더욱 아름다웠고 길가엔 지나다니는 차, 사람이 하나도 없어 이 세상에 나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없으니 나만 조용히 한다면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의 그런 적막은 경험해본 적이 없었고, 그 이후에도 그런 적막이 생길 틈은 없었다. 그 때의 적막은 아직도 나에게 신기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출처 : http://blog.daum.net/winner3949/11732432

     

    그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보말 칼국수이다.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한림칼국수라는 가게에서 먹었던 칼국수이다. 이 당시 우리는 춥고 배가 고팠고,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은 웨이팅이 너무 길어 식사를 포기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러다 근처 식당을 검색해서 이 곳을 가게 되었고, 칼국수라는 메뉴가 특별하지는 않기에 별 기대없이 주문을 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 기본 반찬들이 먼저 제공되었는데, 이 때 나온 오징어 젓갈이 너무 맛있어서 판매 여부를 여쭤보기도 했다. 이때부터 보말 칼국수에 대한 기대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 때 보말 칼국수라는 음식을 처음 접했는데, 익숙한 칼국수 색이 아닌 초록색 칼국수가 나와서 생경했다. 하지만 한 입을 먹어보니 그 맛은 색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고, 같이 주문한 보말죽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다. 이 때 우리가 오름에 갔다 온 뒤라 에너지 소모가 커서 더 맛있게 느껴졌을 수는 있지만, 제주도의 한림칼국수는 내가 다시 제주도를 방문한다면 다시 가고 싶은 곳들 중 하나이다.

     

    음식은, 누군가의 이야기와 결합되었을 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음식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을 어디서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먹는지가 나중에 그 때를 떠올릴 때 그 식사를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있어 더 중요한 부분이 된다. ‘식사란 음식을 먹는 일이지만, 더 중요한 부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청춘의 식사 역시 (청춘의) 식사가 아닌 청춘의식사로 인식되고 기억되길 바란다.

     

     

     

                                                                                                                            Editor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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