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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봄비가 내리는 날엔, 수제비와 보리밥
    이번주의 맛집/봄과 여름 사이. 2020. 5. 27. 12:14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듯했다. 작년 겨울만 하더라도 패딩만 입고 다녔었는데, 올해에는 패딩이 아닌 여러 가지 옷들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따듯한 기온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가 꽤 왔고, 일교차도 심했기에 봄날의 화창함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보통 봄에는 예쁘고 상큼한 음식들이 끌리기 마련이다. 봄은 카페 테라스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라도 먹어야 할 것만 같은 날씨의 향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봄에는 쌀쌀한 날씨와 함께 다가온 봄비를 맞이하며 수제비와 보리밥을 먹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체부동의 수제비와 보리밥을 찾았다.

     

     

     

     

     메뉴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다양하게 맛보고 싶어 감자수제비, 미역수제비, 들깨수제비, 들깨현미옹심이와 파전을 주문했다. 몇 년 전에 방문한 사람의 말에 따르면 미역 수제비는 새로 추가된 메뉴인 것 같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감자와 들깨보다는 생소한 수제비 재료라서 나중에 시도하신 것이 아닐까 싶다. 메뉴판에 써있는 많이 드시고 행복하세요.’ 라는 말에 기분 좋게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손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보리밥을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약간의 보리밥과 열무김치, 양념장을 준비해주신다. 가게 이름에 보리밥이 들어가는 만큼 사이드로 나온 음식이지만 상당히 맛이 있었다. 열무김치는 깔끔하고 담백해서 수제비를 먹기 전 애피타이저로 안성맞춤이었다. 밥알이 고슬고슬해서 열무김치와 양념장과 섞이는 느낌이 만족스러웠고, 입안에서도 재미있는 식감을 자랑했다. 밥에서 들기름 향이 났는데, 기름이 윤활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봄나물만 추가한다면 봄날의 한 끼로 손색없을 맛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열무김치와 양념장이 일회성으로 나오는 반찬이 아니라 모든 손님들에게 같은 그릇으로 공유된다는 점이었다. 공용 집게와 숟가락이 있었지만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곧이어 수제비 삼총사가 나왔다. 제일 먼저 감자수제비를 먹어보았는데, 이 수제비가 모든 수제비 국물의 베이스가 되는 것 같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제비 맛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국물에서 밀가루 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 멸치육수의 맛이 많이 느껴졌다. 나는 깔끔한 국물을 선호하기에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미역수제비는 감자수제비에 미역을 추가한 맛이었다. 들깨수제비는 맛있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평소 들깨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들이 신선한 것이 느껴졌다. 다만 사람에 따라 약간 간이 세다고 느낄 수도 있다. 파전은 약간 간이 셌고, 계란향이 꽤 났다.

     

     

     

     

    옹심이는 작은 공깃돌 정도의 크기를 하고 있다. 현미로 만들어서 그런 것인지 포슬포슬하고 식감이 팥죽의 새알과 비슷했다. 동그란 그릇에 담겨 나와서 음식을 먹기도 전에 눈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이곳은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식당의 외관과 인테리어도 식사의 경험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수제비와 옹심이를 먹고 있노라면 마치 주막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장님은 우리의 음식과 문화를 지켜나가기 위해 이 식당을 운영하시고 있다고 한다. 수제비와 보리밥은 예전부터 서민들이 먹던 음식이었는데, 요즘은 예전보다 우리의 옛 음식을 하던 식당들이 적어져 20년간 식당을 유지하고 계시다고 하셨다. 또한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찬음식인 밀가루와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더해 소화를 돕는다.

     

     

     

     봄에 어울리는 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수제비와 보리밥은 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번 봄에는 파스타나보다도 우리의 전통 음식들을 찾는 여정을 떠나보는 것을 어떨까?

     

     

     

     

     

     

     

     

     

     

     

    Editor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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