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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계란빵 :: 집에 콕! 박혀 있는 이들을 위한 심심한 위로음식에 대하여/코로나 19: 집 콕 미 식 2020. 5. 24. 11:17
한국에서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도 벌써 네 달이 지났다. 잠깐 장을 볼 때도 확진자가 왔다 가지는 않았는지 맘을 졸여야 하고, 사람이 조금이라도 득실거리는 곳에 발을 디디는 것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집콕러도 자발적인 집콕러일 때야 좋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던 그 시기에, 우리 집 식구들은 생전 가져보지 못했던 취미를 갖게 되었다. 바로 인생 처음으로 오븐을 구매하게 되면서부터.
계란빵은 베이킹이라고 하기에 애매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잠깐 했으나 반죽 넣고 오븐에 굽는다는 점에서 베이킹 항목에 들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 간단하지만 있어보이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을 때 좋은 선택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븐이 작아 불가피하게 종이컵을 사용하게 됐지만, 다이소에서 머핀 틀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핫케잌 믹스를 이용한 반죽은, 맛을 보면 그대로 먹어도 될 정도로 맛있다. 계란내 잔뜩 나는 달고 부드러운 밀가루 맛.
베이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계란빵 속 베이컨은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재료. 심심한 계란빵 기존의 맛에 짭짤함을 더해준다.
전자레인지가 있음에도 오븐을 사용해 계란빵을 만든 이유는 오븐은 계란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터지지 않은 노른자를 먹고 싶었기에 오븐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전자레인지에 계란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고 넣게 되면 반죽이 튀어 올라 전자레인지 내부를 전부 더럽히게 된다)
완성된 계란빵의 비주얼은 이렇다. 썩 나쁘지는 않은 비주얼. 종이컵의 그을린 자국을 보고 환경호르몬 생각에 걱정이 되어 다음엔 꼭 머핀 틀을 사고자 다짐했다. 가위로 종이컵 상단을 조금 도려낸 뒤 숟가락으로 살살 긁어 계란빵을 먹는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심심하고 부드러운 맛. 안타깝게 자극적이고 불량한 맛을 좋아하는 우리 집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 듯했으나, 뭐 하나라도 만들어 먹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다음에는 캔 옥수수와 같은 다른 부가적인 재료를 추가해 계란빵을 만들어보자.
코로나 19 때문에 반강제로 집안에 갇히게 되어 무기력증이 심화되고 침대에 종일 등을 붙이고 있는 나날, 간단하지만 만들며 활기를 얻을 수 있는 계란빵을 구우면서 일상의 생기를 되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일시적인 활력일지라도 행복하고 가치 있는 여가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Edito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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