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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례상의 금기와 합리적 의심에 대하여: ‘-치’로 끝나는 생선은 왜 차례상의 금기가 되었나
    추석과 음식 2020. 10. 5. 13:25

     

    image by Jeremy Stewart

     

     

    우리나라 명절의 양대산맥인 설과 추석에는 어김 없이 명절 음식이 등장한다.지역마다 또는 가정 마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들은 다양하며, 요즘은 차례상에 피자나 통닭 같이 기존의 관습을 따르는 대신 고인이 과거 좋아했던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는 등 탈전통적인 면모들이 보여지기도 하지만, 알록달록한 산적과 고소한 녹두전, 노랗게 기름을 머금은 동태전은 여전히 명절 음식계의 대표 주자로 남아 있다. 하지만 명절 음식의 역발상으로, 평소에는 먹지만 명절에는 먹지 못하는, 명절 차례상에 올리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차례상 금기식품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차례상에 올리는 것이 금지 되어 있는 식품들은 대부분 미신과 관련이 있다. 귀신을 쫓는다고 알려진 복숭아와 팥이 차례상과 제사상의 금기 식품인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얼핏 생각해보면 왜 금기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관습이 있는데, 바로 ‘-로 끝나는 생선들 또한 금기라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흔했던 생선들은 대부분 ‘-로 끝나는 이름을 가졌다. 꽁치, 갈치, 삼치 등 해양자원과 기후가 변함에 따라 이제는 금값이 되어버린 생선들도 있지만 ‘-로 끝나는 생선들은 어획량이 많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민의 생선이었다. 따라서 유교 경전에서는 ‘-로 끝나는 생선들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상님께 한 해 동안 수확한 가장 좋은 생산물을 차례상에 올렸던 차례 본연의 의미를 따라 ‘-돌림의 생선 대신에 좀 더 비싸고 좋은 생선이라 여겨지는 생선들을 올리던 것이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견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나물과 대추처럼 흔한 농산물은 차례상에 올라가면서,

     왜 생선만 귀한 것을 올려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생선계의 ‘-돌림자 형제들이 금기가 된 것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제시해본다.

     

     

    ‘-자로 끝나는 생선의 대표격인 꽁치와 갈치, 삼치는 기름기 있는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이러한 꽁치와 삼치의 고소한 맛은 오메가-3와 같은 불포화 지방산 덕분인데, 이렇게 지방의 비율이 높은 생선의 경우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만 동시에 산소와 접촉하면 빠르게 산폐가 일어나며 비린내가 난다.

     

    또한 이 ‘-돌림자를 따르는 생선들은 오랜 시간 서민들의 대표적인 생선으로 자리 잡았던 것에 비해 회로 먹는 요리법이 발달하지 않은 편으로 이 생선들이 잡히는 바닷가 지역에서는 ‘-로 끝나는 생선들은 성질이 급해서 일찍 죽는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꽁치와 삼치 같은 등푸른 생선들은 흰살 생선들에 비해 빠르게 부패하는 편이고, 갈치의 경우 심해어로 갈치를 잡는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포획한 후 금방 죽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이 세 생선의 경우 포획량 중 횟감으로 사용되는 비율이 제한적이고, 그 횟감 물량 마져도 내륙 지방까지 유통되지 않고 산지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근거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해볼 수 있다.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해도 내륙 지방에서 생선은 아주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처럼 유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냉동차도 제한적이 상황에서 생선의 선도는 당연히 지금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추석의 차례상은 연중의 중요한 행사로서 모든 가족이 모여 밥을 나눠먹는 행사였다. 즉 여럿이서 나눠먹는 식사였고, 냉장고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것은 차례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포획과정에서의 선도자체가 떨어지고, 또 쉽게 부패하는 생선의 경우 차례상에 올리기가 힘들었고, 자연스럽게 차례상 어떤 음식을 올리느냐를 두고 벌이는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지 않았을까?

     

    물론 차례상에 ‘-로 끝나는 생선으로 올리지 않는다는 금기는 명문화 되어 있는 규율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관습이기 때문에, ‘-로 끝나는 생선이 금기가 되었는지 명확한 답을 알 수 없다. 그저 과학을 근거로 추측하고, 정답의 근삿값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러나 때때로 당연시 여겨지는 것에 의심을 해보고, ‘합리성으로 그 근거를 되짚어보는 과정은 우리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밥상에 올라온 생선 한저름이 우리에게 식사의 기쁨을 주듯이.

       

     

                                                                                       

                                                                                                                                    Editor 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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