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식(喰)과 욕(慾)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음식에 대하여/영화로 보는 음식 이야기 2020. 5. 26. 12:33

     

     

     

     

    명작이 여럿 탄생한 지브리 스튜디오(이하 지브리)의 영화를 보다 보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이 있다. 바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맛있게 묘사되는 다채로운 빛깔의 음식들이다. 식(喰)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지브리 영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로 등장하는데, 이번 글에서는 특히 먹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 식과 욕망의 관계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앞서 말한 것처럼 먹는 행위는 생존의 문제와 곧바로 이어지는 만큼, 영화 속에서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목욕탕 청소 일을 하게 된 치히로가 꾸준히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고된 노동을 끝내고 겨우 찐빵을 먹는 장면이나 하쿠가 몰래 건네 준 주먹밥을 먹고 우는 모습은 치히로가 그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겪는지 짐작케 해준다. 소박한 음식만을 먹으며 타인을 위해 노동하는 이러한 치히로의 모습과 대조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탐욕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하는 돼지가 되어버린 치히로의 부모님들과, 영화에서 물질 중심 문화를 비판하는 용도로 쓰인 가오나시가 그렇다.

     

     

     

     치히로가 이름을 빼앗기면서까지 노동을 하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치히로의 부모님이었다. 영화에서 치히로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끊임없이 음식을 먹게 되면서 종국에는 돼지로 변해버린다. 소름 끼치는 행동거지와 모습을 가진 가오나시 역시 신과 다를 바 없는 대접을 받으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음식을 먹어 치운다. 사진 속 보이는 반지르르한 빛깔의 음식들은 치히로가 먹었던 찐빵과 주먹밥과는 한눈에 보기에도 영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먹는다라는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재물을 탐하고 갈망하는 인간의 탐욕을 뜻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에리식톤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인간 에리식톤은 신의 재물을 탐하다가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에 걸려 자신의 딸을 팔아버리고, 제 신체를 먹어 버리기까지 이른다. 치히로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들의 행위는 에리식톤과 별반 다른 것 없이 느껴지는데, 이러한 신화 속 이야기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모두 '먹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한계치를 초과한 욕심을 비판하고 있다.

     

     

     

     어릴 때는 마냥 맛있겠다고만 생각했던 영화 속 음식들이 사실 현대의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요소로 쓰였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음식이라는 간단한 소재를 여러 방면으로 해석하게 되는 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외하고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천공의 성 라퓨타>등 지브리 영화 속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번 여가 시간에는 어린 시절 그 때 그 영화의 음식들을 보며 나름대로의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히 가치 있고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Editor. 55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