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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하고 싶지만 취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한 무알콜 맥주 시음기
    음악과 음식 2020. 12. 8. 19:20

     

    볼빨간 사춘기의 ‘워커홀릭’을 듣다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시원한 맥주를 한 캔 마사다가 yeah

    문득 스쳐 지나가는 어제의 기억

    지금 생각해보니까 내가 왜

    때려치웠어야 했는데

    모두 손을 들어 Beer Cheers 우

    아쉽지 않은 청춘답게 Face it’

     

    삶의 힘듦을 맥주 한 캔으로 잊으려는 직장인들을 노래하는 이 곡에서 나는 뜬금없게도 ‘맥주’라는 키워드에 꽂혀버렸다. 한창 ‘치맥’이 유행할 때도, 편의점에서 4캔의 만원이라며 세계 맥주를 팔 때도, 어른이 된 후 이런저런 술에 도전해봤던 나에게 맥주만큼은 별로 끌리지 않는 선택지였다. 취하기엔 도수가 낮고, 목에 넘어가는 탄산은 따가우며,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는 술, ‘소맥을 말아먹을 때만 사는 술’ 정도가 맥주에 대한 나의 인상이었다.

     

    하지만 2019년 9월 ‘워커홀릭’이 발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맥주 축제가 한창이던 신촌 한복판을 지나갈 일이 있었다. 가을날 좋은 날씨와 삼삼오오 모여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이름 모를 맥주들과 안주를 파는 노점들. 자주 다니던 거리가 한순간에 ‘축제’로 변한 그 모습은 꽤나 인상 깊었다. 그 이후로도 ‘워커홀릭’을 즐겨 듣던 나는 그 장면이 문득 떠오른 어느 날 편의점에 가서 홀린 듯이 맥주를 샀고, 장렬하게 맥주 선택에 실패했다.

     

    시간과 돈, 그리고 내 간을 써서 그럭저럭 스스로의 맥주 취향을 알게 된 이후에는 왜 사람들이 하루를 끝내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에 열광했는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수제 맥주집 보다는 편의점에서 파는 세계 맥주를 더 좋아하는 ‘막입’이지만 처음으로 맥주 시음기를 써보고자 한다. 오늘 도전해 본 맥주는 조금 특별하게도 하이트 진로에서 나온 논알콜 맥주이다.

     

     

    ‘하이트 제로’는 2012년 발매된 우리나라 최초의 논알콜 맥주였으며, 알콜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알콜이 0%인 맥주이다. 현재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355mL 캔 기준 가격은 1450원으로 일반 맥주보다 저렴한 편이다. 참고로 알콜이 없기 때문에 탄산음료로 분류되지만, 성인만 구매할 수 있다.

     

     

    캔을 열자마자 익숙한 맥주향과 시트러스향이 강하게 올라온다. 다만 신기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알콜이 들어간 하이트와는 향이 매우 다르고 개인적으로는 시트러스 향이 강하게 올라온다는 점에서 ‘블랑’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컵에 맥주를 따른 모습. 일반적인 맥주보다 주황색~호박색 빛이 많이 감돈다.

     

    첨 마시자마자 든 생각은 원래 하이트보다 나은데? 라는 생각이었다. 일반적인(하지만 하이트와는 매우 다르다)맥주 맛과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맛이 중반으로 넘어가다 보면 ‘아 역시 논알콜은 논알콜이구나’ 생각이 든다.

     

    바디감이 가볍기로 유명한 맥주들보다도 바디감이 가벼우며,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그런지 보리 맛이 많이 난다. 특히 뒷맛의 경우 홉 향이 느껴지면서 보리 특유의 고소한 맛과 쓴맛이 동시에 드는데 보리차 맛과 매우 가까웠다.

     

    탄산 또한 맥주 특유의 탄산보다는 일반적으로 마시는 탄산음료의 톡톡 터지는 탄산에 가까운 느낌이다. 평소 맥주 특유의 목 따가운 탄산을 싫어했다면 충분한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무언가 맥주라고 하기엔 맥X이 떠오르는 오묘한 맛이다.

     

    첫인상이 실제 맥주와 매우 흡사한 것에 비하면 바디감과 탄산, 그리고 뒷맛은 맥주라고 하기엔 좀 부족한, 그렇다고 해서 완벽하게 탄산음료 맛은 아닌, 보리차, 탄산음료, 그리고 맥주 이 세 삼각형 그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맥주 한 캔에도 가버리는 이른바 ‘알쓰’라든지,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맥주 한 캔은 하고싶지만 다음날 숙취가 걱정된다든지 등, 맥주 특유의 분위기는 내고 싶지만 취할 수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꽤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 것 같다.

     

     

    평점

     

    향: 4/5 블랑이 최애 맥주인 사람으로서 시트러스 향이 맘에 들음

    바디감: 2/5 바디감 가벼운 맥주를 좋아하지만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맛: 3/5 맥주는 먹고 싶어도 알콜은 곤란한 날 가끔 생각날 듯

    총평: 3/5 재구매 의사는 있으나 다른 논알콜 맥주도 도전해보고 싶은 맛

     

     

                                                                                                                      Editor 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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