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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겨울에 귤 까먹다 손이 노래진 경험 한번쯤은 있는 거 아닌가요?음악과 음식 2020. 12. 9. 23:58
* 노래와 함께 읽으면 글 읽는 재미가 3배! (귤_재주소년)
바야흐로 겨울이다. 겨울 하면 생각나는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귤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어릴 적 추운 겨울 전기장판을 깔고 누워 이불 덮고 귤을 까먹으며 만화책을 보던 기억이 생생해서일까? 물론 지금은 철에 상관없이 원할 때 언제든 과일을 사 먹을 수 있지만 겨울에 나오는 귤은 그 맛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맛 뿐만이 아니다. 내 사전에 따르면, 귤은 자고로 겨울에 먹어야 한다. 봄, 여름에 먹는 귤은 여름에 마시는 핫초코 같은 느낌이다. 귤은 찬공기와 따듯한 바닥의 대비를 느끼며 먹어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 때 우리는 비로소 겨울이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후식으로 나온 귤
아니 벌써 귤이 나오다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좀 차졌다 생각은 했지만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
우리가 새로운 계절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봄에는 봄 향기, 정확히 말하자면 꽃 향기가 나며 괜히 기분이 들뜨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가 되고, 마트의 최전방을 수박이 차지하고 있다면 여름이 찾아온 것이다.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없고 외출할 때 겉옷을 챙기게 된다면 ‘올 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가을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겨울은? 우리가 겨울이 왔음을 느끼는 순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재주소년의 ‘귤’에 따르면, 귤이 나온 순간이다. 노래 속 화자는 바람이 차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도 겨울이 왔음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학교에서 귤이 나왔을 때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올해도 벌써 다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도 벌써 끝이 보인다. 아직 2020 숫자에 적응도 다 못했는데…
지난겨울 코트주머니에 넣어두고
먹다가 손에 냄새 배긴 귤
그 귤향기를 오랜만에 다시 맡았더니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나네
누구에게나 있는 우리의 ‘그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나의 경우 제일 와닿는 것은 음악이다. 음악을 들으면 언제 누구와 어디서 이 노래를 들었는지가 떠오르며 추억에 잠기게 된다. 이 노래 화자의 경우에는 귤 향기가 그 매개체가 된다. 귤 향기를 맡는 순간 작년 겨울의 기억이 나는 것이다.
벌써 일년이 다 갔다는 생각에 우울한 사람도, 연말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설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연말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이번 연말은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지만, 집에서 전기장판 틀고 귤을 까먹는 것도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이번 해는 각자 안전하게 보내기로 하고, 내년 연말은 부디 잘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ditor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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