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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비가 내리는 날엔, 수제비와 보리밥이번주의 맛집/봄과 여름 사이. 2020. 5. 27. 12:14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듯했다. 작년 겨울만 하더라도 패딩만 입고 다녔었는데, 올해에는 패딩이 아닌 여러 가지 옷들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따듯한 기온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가 꽤 왔고, 일교차도 심했기에 봄날의 화창함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보통 봄에는 예쁘고 상큼한 음식들이 끌리기 마련이다. 봄은 카페 테라스에서 애프터눈 티 세트라도 먹어야 할 것만 같은 날씨의 향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봄에는 쌀쌀한 날씨와 함께 다가온 봄비를 맞이하며 수제비와 보리밥을 먹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체부동의 ‘수제비와 보리밥’을 찾았다. 메뉴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다양하게 맛보고 싶어 감자수제비, 미역수제비, 들깨수제비, 들깨현미옹심이와 파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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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喰)과 욕(慾)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통해음식에 대하여/영화로 보는 음식 이야기 2020. 5. 26. 12:33
명작이 여럿 탄생한 지브리 스튜디오(이하 지브리)의 영화를 보다 보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이 있다. 바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맛있게 묘사되는 다채로운 빛깔의 음식들이다. 식(喰)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지브리 영화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로 등장하는데, 이번 글에서는 특히 먹는 행위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영화 을 통해 식과 욕망의 관계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먹는 행위는 생존의 문제와 곧바로 이어지는 만큼, 영화 속에서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목욕탕 청소 일을 하게 된 치히로가 꾸준히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고된 노동을 끝내고 겨우 찐빵을 먹는 장면이나 하쿠가 몰래 건네 준 주먹밥을 먹고 우는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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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미트볼 스파게티: <레이디 앤드 더 트램프>(1955)음식에 대하여/영화로 보는 음식 이야기 2020. 5. 26. 12:23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이 장면은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영화 는 디즈니사에서 15번째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화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가 2019년에 실사영화로 개봉되기도 했다. 일련의 사건으로 집을 나온 레이디(오른쪽)가 떠돌이 트램프(왼쪽)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위험한 상황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이다. 스파게티를 먹던 레이디와 트램프는 우연히 같은 가닥을 먹다가 입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트램프는 하나 남은 미트볼을 레이디에게 밀어준다. 이렇게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 귀엽고 로맨틱한 장면을 보니, 문득 운명은 하나의 실로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미트볼 스파게티는 주로 스파게티에 소고기로 만든 미트볼과 토마토소스를 얹어서 만든다. 미트볼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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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계란빵 :: 집에 콕! 박혀 있는 이들을 위한 심심한 위로음식에 대하여/코로나 19: 집 콕 미 식 2020. 5. 24. 11:17
한국에서 코로나 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도 벌써 네 달이 지났다. 잠깐 장을 볼 때도 확진자가 왔다 가지는 않았는지 맘을 졸여야 하고, 사람이 조금이라도 득실거리는 곳에 발을 디디는 것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집콕러도 자발적인 집콕러일 때야 좋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던 그 시기에, 우리 집 식구들은 생전 가져보지 못했던 취미를 갖게 되었다. 바로 인생 처음으로 오븐을 구매하게 되면서부터. 계란빵은 베이킹이라고 하기에 애매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잠깐 했으나 반죽 넣고 오븐에 굽는다는 점에서 베이킹 항목에 들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 간단하지만 있어보이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싶을 때 좋은 선택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븐이 작아 불가피하게 종이컵을 사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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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 반지, 배가 불러도 멈출 수 없는 곳이번주의 맛집/봄과 여름 사이. 2020. 5. 21. 21:59
상상을 해보라. 당신은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이고 2차로 모인 술집에 앉아있지만 치킨이고 뭐고 그냥 달달한 아이스트림이나 쪽쪽 빨고 싶다. 하지만 치킨은 주문되었고, 팀원 들과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 보니 스뎅 접시에 갓 튀겨 양념에 버무려진 치킨이 가득 담겨 나온다. 내 위장엔 널 위한 자리는 없지만 예의상 맛은 봐준다 하며 기대 없이 한 입 물었는데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따듯하고 육즙이 풍부한 표고버섯이 단짠한 깐풍 스타일소스와 함께 침입해 온다. 안암역 근처에 위치한 반지는 고려대학교 자연 캠퍼스와도 가까운 술집이다. 국수 먹는 꼴뚜기에서 식사를 마치고 2차로 향한 곳인데 분위기뿐만 아니라 안주, 술 모두 맛있어서 팀원들이 아주 만족하고 막차가 다 되도록 자릴 뜨지 않고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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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의 발견음식에 대하여/코로나 19: 집 콕 미 식 2020. 5. 21. 16:07
요즘 다시 퍼지고 있는 코로나 19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밖에 나가서 많이 놀고 싶으신 마음 저도 이해합니다. 밖에 나가지 못해 먹고 싶은 것들도 맘대로 못 먹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겐 배달음식이 있습니다. 배달음식으로 맛난 것 먹고 싶은 마음 채울 수 있죠. 그런데 우리가 흔히 먹는 배달음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는 오늘 우리나라의 배달음식에 대해 알아보는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1, 배달음식의 원조 냉면. 배달음식의 원조는 무슨 음식일까요? 놀랍게도 냉면이었습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황윤석이 쓴 ‘이재 난고’라는 책은 그 당시 서민들의 삶이 당긴 에세이였습니다. 이 책에는 최초의 배달음식에 대해 나오는데요 그것은 냉면이었습니다. 그는 과거 시험을 끝내고 난 뒤 시원하게 냉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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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과 배달음식음식에 대하여/코로나 19: 집 콕 미 식 2020. 5. 20. 12:00
지구의 종말이 찾아온다던 2020년, 지구에는 종말이 찾아오는 대신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을 두드렸다. 도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며, 마음대로 집 밖을 나가기도 두렵고 위험한 세상이 된 것이다. 미식을 사랑하는 우리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여정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하지만 의지의 한국인들은 이런 바이러스에 쉽게 주저앉지 않았다. 한동안은 ‘코로나 블루’로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에 젖어 있었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콕’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 상황 속에서도 오락거리를 찾고 삶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달고나 커피와 1000번 저어 만드는 달걀 프라이 등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매일 이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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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샌드위치: <리틀 포레스트>(2018)음식에 대하여/코로나 19: 집 콕 미 식 2020. 5. 19. 12:00
집에 있을 때면 종종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음식이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나는 계란과 감자를 으깨서 만든 샐러드를 촉촉한 식빵 사이에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샐러드에 사과, 귤, 딸기 등의 과일을 더해주면 샌드위치의 맛이 한층 더 살아난다. 집에서 만드는 음식에서는 왠지 모를 포근함이 느껴진다. ‘손맛’이라는 게 이런 걸까? 영화 는 고단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이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잔잔한 일상을 보여준다. 영화에는 시골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들로 갖가지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중 오늘 소개하려는 음식은 ‘양배추 샌드위치’이다. 싱싱한 양배추에 곱게 으깬 계란 노른자, 마요네즈와 소금, 후추 등을 넣고 잘 버무리면 샌드위치에 들어갈..